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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 25일 한일전이 한국과 일본에 남긴 결과
    이준한 기자 작성 | jeff@rookiest.co.kr | 입력 : 2021-03-26 10:37:02

    25일 오후 7시 20분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한국과 일본의 친선전이 열렸다. 결과는 한국의 0-3대패, 전반 16분 일본의 측면 수비수 야마네 미키(가와사키 프론탈레, 일본)에게 왼쪽 측면을 허용한 데 이어 27분 가마다 다이치(프랑크푸르트, 독일)에게 또다시 왼쪽 측면을 허용해 골을 헌납했다. 이어 후반 82분에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미드필더 엔도 와타루(슈투트가르트, 독일)에게 헤딩골을 헌납했다. 

    친선전이지만 한일전은 한일전이었다. 일본은 30일 치뤄지는 몽골과의 월드컵 2차 예선경기를 의식해서인지 베스트 멤버를 꾸려나왔다. 한국은 주장 손흥민의 부상, 주전 공격수 황의조의 소속팀 불허 등으로 인해 베스트 멤버를 가동하지 못했다. 대신 해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던 어린 '영건' 이강인(발렌시아, 스페인)과 정우영(프라이푸르크,독일)을 소집했다. 완장은 김영권에게, 골대는 러시아 월드컵 스타 조현우가 지켰다.

    출처:대한축구협회

    한국이 잃은 세가지. 첫번째:실망스러운 선수명단

    한국은 전반과 후반 내내 무기력했다. 하프라인을 채 넘지 못하는 부정확한 패스와 상대방의 역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이 과정에서 왼쪽 측면이 완전히 허물어지며 첫번째 실점과 두번째 실점이 나왔다. 모든 스포츠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우선적으로 감독에게 주어진다. 한국 국가대표팀의 벤투 감독은 김영권 선수(감바 오사카, 일본)와 홍철 선수(울산 현대, 한국)를 소집시켰다. 
    의문이 남는 선발이었다. 김영권은 올 시즌 가족문제로 한국으로 돌아온 뒤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해 소속팀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상황이었다. 
    홍철 선수 역시 소속팀에서 폼이 좋지 않았다. 소집명단 발표 당시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이 홍철 선수의 소집에 불만을 표현했을 정도였다. 벤투 감독은 이 사실을 몰랐을까. 하지만 이 둘은 선발로 나왔고 전반전 두 골을 헌납하고 말았다.

    출처:MBC

    한국이 잃은 세가지. 두번째:3년째 부재중인 플랜 B
    벤투 감독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이후 신태용 감독에게서 바통을 건내 받았다. 당시 김판곤 선수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부단한 노력이 컸다. 연봉 문제, 아시아 축구라는 세계 축구 지형에서의 변방, 그리고 지도경험 등에서 교집합을 이룬 최적의 적임자였다. 이어 아시아 선수 중 유일한 월드클래스 손흥민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프랑스리그 보르도로 이적한 공격수 황의조의 존재는 한국 축구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할 것이라 생각되었다. 게다가 스페인의 최고 유망주였던 이강인, 유럽에서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는 이승우와 백승호의 존재감 역시 한국 축구팬들로 국가대표팀의 꽃길을 상상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 뿐이었다. 벤투 감독은 유럽파 선수들을 선발 명단으로 꾸렸다. 손흥민, 황의조, 이재성, 권창훈, 황인범(현재는 러시아 리그 루비 카잔 소속), 황희찬 등을 주력으로 삼았다. 팬들은 시원시원한 공격력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벤투 감독은 후방에서 시작되는 빌드업을 1차 원칙으로 삼았다. 골키퍼가 수비수에게 패스를 하면 공은 3선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거쳐 2선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연결되고 측면 수비수들과 2선, 최전방 공격수가 이 공을 이어받아 상대방 수비 진영에서 공격과 동시에 압박을 펼치는 전략을 유도했다. 하지만 문제는 미숙한 후방 빌드업이었다. 
    후방에서 볼을 돌리면 당연히 상대방 공격수들의 압박이 들어온다. 그럴 경우 선수 개인기량으로 탈압박을 시도해 전개를 시작하거나 롱볼을 이용해 충분히 끌려나온 상대방 진영의 뒷공간을 노려 역습을 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출처:대한축구협회


    하지만 대부분의 주요 유럽파가 제외된 이번 한일전에서 개인기량을 이용한 탈압박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되려 그 과정에서 볼을 빼앗겨 역습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자 선수들은 롱볼 전개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 역시 부정확한 패스로 일본 선수에게 공이 가거나 필드 밖으로 공이 향했다. 
    세부적인 공격전술 역시 찾아보기 힘들었다. 역습을 해야 할 상황에서 선수들은 후방에서 공을 돌리며 기회를 엿봤지만 그 사이 일본 선수들은 제자리도 돌아가 수비형태를 갖추었다. 이후의 패스미스, 공격헌납, 다급한 걷어내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과연 이 장면이 한일전에만 나왔을까. 지난 3년 내내 이런 결과가 나왔다.

    출처:대한축구협회

    한국이 잃은 세가지. 세번째:대실패, 이강인의 활용법
    이 날 선발명단에서 한국의 최고 유망주인 이강인은 원톱으로 나왔다. 본래 공격형 미드필더인 선수이지만, 밑에 위치한 남태희 선수와 함께 유기적인 스위칭을 통해 빠른 발은 가진 양 날개 나상호와 이동준 그리고 측면 수비수 김태환과 홍철과의 연계를 통해 골망을 흔들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은 바로 빗나갔다. 이강인은 발밑이 좋은 선수다. 따라서 원톱으로 나선 이강인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땅볼 패스나 짧은 패스를 시도했어야 했다. 하지만 한국은 롱패스와 부정확한 패스를 남발했다. 원톱 이강인을 마킹하는 일본선수는 유럽에서 수년째 활약중인 요시다 마야(삼프도리아, 이탈리아)와 일본 최고의 센터백이라 평가받는 토미야스 타케히로(볼로냐 FC, 이탈리아)였다. 둘다 신장이 190cm에 육박하는데 이강인 선수의 신장은 173cm다. 이강인은 결국 전반전에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그대로 후반전과 함께 교체되고 말았다.

    출처:YTN

    일본이 얻은 세가지. 첫번째:월드컵 예선을 앞둔 최고의 연습경기
    일본은 30일 몽골과의 월드컵 2차 예선을 앞두고 있었다. 몽골은 일본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에서 몇 수 아래임이 확실하다. 하지만 공은 둥글고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때문에 일본은 이번 한일전을 통해 베스트멤버를 가동해 발을 맞췄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골도 골이지만 전방 압박과 볼 탈취 후 정확한 패스 전개를 통한 역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 선수들이 뒤늦게 빈공간을 커버하기 위해 뛰어갔지만 선제골을 넣은 일본 입장에서는 자신감이 있었다. 김영권 선수가 가마다 다이치를 마크하며 발을 뻗었지만 가마다 다이치는 이에 아랑곳않고 슈팅을 때렸다. 그리고 득점에 성공했다. 
    설상가상으로 '일본은 한국의 피지컬에 약하다'라는 선입견까지 부숴버리는 장면까지 연출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엔도 와타루가 헤딩골을 넣은 것이다. 후반전에 교체 투입된 김승규 골키퍼는 물론이었지만 엔도 와타루를 제대로 마킹하거나 압박을 가했던 한국 국가대표팀 선수는 없었다.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이 날의 분위기는 선수들의 표정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표정은 시종일관 인상을 쓰거나 굳어 있었던 반면, 일본 선수들은 아쉬운 찬스에서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감과 확신감이 있었다는 소리였다.   

    일본이 얻은 세가지. 두번째:성공적인 도쿄 올림픽 홍보
    일본은 코로나 19사태로 도쿄 올림픽을 치루지 못한 채 새해를 맞이했다. 새해가 되면서 일본에는 코로나 19의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났고 여전히 방역과 방사능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이런 점에서 일본에서 한일전을 치룬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불안감을 표명했다.
    게다가 이번 경기에서 일본 측에서는 1만명의 관중을 경기장에 들여보냈다. 거리유지를 지켰다고 하지만 걱정이 되기는 매한가지였다. 결과적으로 이번 한일전은 풀타임으로 경기가 치뤄졌고 일본 측에서는 '일본에서 경기를 치룬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를 전세계에 알린 셈이 되었다.

    일본이 얻은 세가지. 세번째:2000년대 이후 역전된 한일관계
    현재까지 한일전은 총 79경기가 치뤄졌다. 그 중 한국은 42승 23무 14패를 기록했다. 기록 '자체'만 보자면 한국이 절대적으로 우수하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한일전의 양상은 바뀌었다. 최근 6경기에서 한국은 2승 1무 3패를 기록했다. 일본은 최근 5경기에서 필드 골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한일 전을 통해 필드골을 2개를 성공시켰다. '약점'이라 불렸던 '피지컬'요소 역시 극복된 것처럼 보였다. 3선 미드필더 정우영은 내내 일본 선수와 볼다툼을 벌였지만 탈취당하기 일쑤였고 '차세대 기성용'으로 평가되던 원두재 역시 일본의 압박에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한일전을 '의문의 선발'과 '최악의 경기력'이 낳은 최악의 경기였다. 벤투호를 바라보는, 아니 벤투 감독 자체를 바라보는 국내팬들의 시선은 전혀 호의적이지 않다. 한국 축구는 대체 언제까지 헤매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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